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장병 정신교육 교재’에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일본명 지시마열도)와 함께 ‘영토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재는 ‘세 곳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기술도 했다. 이러한 내용은 ‘독도에 영토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이번 사태를 부른 책임자를 강하게 질책하면서 즉각 시정할 것을 지시했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사과도 하겠다”며 이미 발간된 교재 2만부를 전량 회수하고 재발간을 지시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난 1월 2일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를 만났다. 한국의 입장에서 독도 연구에 집중해온 일본계 귀화 한국인 정치학자는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교재의 내용이 “완전한 일본의 논리”라며 “일본의 자료를 베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도는 한국의 ‘고유영토’라는 것이 한국의 기본 입장”이라며 “‘분쟁지역’이 되면 국제법적으로 독도가 일본의 영토일 수도 있다는 일본 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965년 일본과 수교할 때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독도가 고유영토라는 입장을 유지했다”며 “1965년 일본은 결국 다른 한·일 관계를 중요시해서 독도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이 독도 ‘영토분쟁’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도는 한국의 ‘고유영토’라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분쟁지역’이 되면 국제법적으로 독도가 일본의 영토일 수도 있게 된다. 이 자체가 일본 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이다. 1965년 박정희 정권이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위해 한·일기본조약을 맺을 때부터 독도가 고유영토라는 입장은 유지되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독도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던 것은 ‘독도는 한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박정희 정권의 주장을 일본 측이 받아들인 결과다. 1965년 일본은 결국 다른 한·일 관계를 중요시해서 독도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도대체 이번에 문제가 된 교재를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문제다. 누가 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친일파가 국방부에도 침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차후 영토 문제가 생길 경우 해결 방안이 논의되었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교환공문’이 있었다. 한·일 간에 분쟁이 생기면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였고, 그것이 안 될 경우는 한·일 양국이 합의하여 ‘조정’에 의해 해결하도록 결정했다.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원하는 것을 교환하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간다는 항목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일본과 영토분쟁이 없으니 ICJ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가고 나서부터 일본 측은 독도 문제를 ICJ에 회부하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 일본 측이 독도 문제를 ICJ에 제소하는 것이 가능한가. “단독 제소는 가능하다. 다만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은 시작되지 않는다. 단독 제소를 해서 독도 문제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일본은 제소하지 않았다. 아베 정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배후에는 미국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이번 교재 내용에서 무엇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나.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적었기에 즉각 ICJ에 가도 된다고 스스로 인정해버린 꼴이 됐다. 그 문장의 논리는 완전한 일본의 논리이다. ‘영토분쟁 중’이라고 기술하면 일본이 주장해온 대로 ‘영토 문제’가 돼버린다. 이 부분은 일본의 자료를 베낀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일본 논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군사적 충돌을 언급한 부분은 절대 하면 안 되는 이야기다.”
- 일본 측이 독도 문제로 인해 군사적 도발을 할 수도 있다고 보나. “지금 (도발) 안 하고 있지 않나. 안 하고 있는데 군사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가 먼저 언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교재 내용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었다. 일본에서 볼 때는 센카쿠가 지금 이런(분쟁) 상황이다. 중국 공선이 일본이 영토라고 주장하는 센카쿠의 영해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이 최근에 센카쿠는 무력을 사용하더라도 확보해야 할 중국의 핵심적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일본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이 있는 곳이 센카쿠다. 쿠릴의 경우 러시아가 완전히 지배하고 있어 사실 분쟁이 없는 곳이다.”
- 교재 작성에 뭔가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영토 문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런 글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일본 측의 자료를 베꼈다면 정말 큰 문제다.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썼다는 의심이 든다. 신원식 장관이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정신교육을 중시한다고 본인이 이야기해놓고 제대로 점검 못한 것도 문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원식 장관이 국회의원이었던 지난해 3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독도에 영유권분쟁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 측의) 노력이 있었다고 보나. “아베, 스가, 기시다의 일관된 입장은 독도는 기본적으로 분쟁지역이기 때문에 ICJ에 회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ICJ에 가는 것을 한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한국이 재판에서 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건 일본 측의 논리에 불과하다. 독도는 한국의 영토가 분명하기 때문에 재판에 가는 것 자체가 한국이 스스로의 영토주권을 훼손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댜오위다오(센카쿠)는 완전한 분쟁지역이지만, 일본 측은 그곳이 분쟁지역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한다. 실효 지배하고 있는 영토를 스스로 분쟁지역으로 주장하는 장관이 있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다.”
- 일본 내부에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일본에서 많은 언론사가 크게 보도했다. 일본 측은 처음에는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교재가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교재 전량 회수를 지시해서 실망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지면 과거 이명박 대통령처럼 독도를 찾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
-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동북아역사재단에 독도연구소를 만드는 등 독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미국의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한국의 영토가 아닌 미지정 구역으로 변경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다시 한국의 영토로 원상복귀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사카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친일파라는 오해를 받아서인지 일본 문제를 예민하게 생각했는데, 당시 노다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잘 해결해주지 않는 것을 보고 하지 않아도 되는 독도 방문을 단행해 버렸다. 이에 일본 측이 독도를 ICJ에 제소하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해 한·일 관계가 굉장히 악화됐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현직 때 독도에 직접 간 경우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에 간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 되었다. 앞으로도 독도는 잘 관리하고 일본이 의도적으로 분쟁지역으로 만들려고 해도 이에 말려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독도를 각종 침략으로부터 지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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